2024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 '전란'은 한국형 전쟁 드라마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 글에서는 '전란'의 전체 줄거리 구조를 분석하고, 그것이 과연 명작이라 불릴 만한 내러티브적 완성도를 지니고 있는지 살펴본다. 줄거리의 전개 방식, 갈등 구조, 그리고 인물 간의 관계를 통해 '전란'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는지를 파헤쳐본다.
줄거리 전개 방식의 전통성과 현대성
‘전란’은 조선 후기 가상의 전쟁 상황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지만, 현대 관객을 위한 감각적인 편집과 극적인 전개를 채택한 것이 특징이다. 영화는 세 명의 주요 인물 — 의병장 ‘이도경’, 관군 장교 ‘최석현’, 백성 출신의 정보원 ‘하진’ — 을 축으로 전개된다. 이들의 시점이 교차되며 이야기가 구성되어, 하나의 사건을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 분할형 서사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의 공통된 특징 중 하나로, 글로벌 시청자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장치다. ‘전란’은 초반부 20분 동안 사건의 배경과 인물 간의 과거사를 빠르게 정리한 뒤, 중반부터는 본격적인 전투와 갈등으로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플래시백과 시간 점프가 반복되면서도 전체 이야기 흐름을 해치지 않는 탄탄한 구조 덕분에 시청자는 혼란 없이 서사를 따라갈 수 있다. 또한, 엔딩에 가까워질수록 밝혀지는 인물 간의 숨겨진 과거와 배신의 구조는 관객의 예상을 뒤엎는 반전 요소로 작용한다. 이러한 구성은 현대 관객들이 좋아하는 스릴러적 요소를 가미한 전통 시대극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줄거리 전개의 유려함은 ‘전란’을 단순한 전쟁 영화가 아닌, 서사 중심의 영화로 평가받게 한다.
인물 간 갈등 구조의 깊이
‘전란’의 중심 갈등은 외적 침입이 아니라, 내부의 이념적 대립과 계급 간의 갈등에 더 가까운 성격을 띤다. 의병장 ‘이도경’은 조선의 정체성과 백성 보호를 위해 싸우는 인물이며, 관군 장교 ‘최석현’은 체제 유지와 명분을 위해 싸운다. 이들의 갈등은 단순한 적대가 아닌, 각자의 신념에 기반한 대립이다. 이 때문에 영화는 관객에게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할지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으며, 오히려 각자의 관점을 이해하도록 유도한다. 정보원 ‘하진’은 이러한 두 인물 사이에서 상징적 중립자로 존재하며, 후반부에 가서는 극의 핵심 서사를 연결하는 인물로 떠오른다. 그가 겪는 고통과 선택은 ‘전란’이라는 제목이 단지 외부 전쟁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인간 내면의 갈등, 공동체의 분열, 그리고 신념과 생존 사이에서의 선택이 이 영화의 진짜 전쟁이라는 메시지가 점점 명확해진다. 이처럼 인물 간 갈등 구조는 전형적인 선악 구도에서 벗어나 인간 내면과 사회 구조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특히 각 인물이 말하는 ‘조선’의 의미가 모두 다르다는 설정은 영화 전체의 철학적 무게를 더하며, 단순한 오락 영화를 넘어선 작품으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줄거리 속 상징과 메시지
‘전란’의 줄거리에는 수많은 상징이 숨어 있다. 산속에 숨어 있는 병사들은 체제의 그림자, 즉 존재하지만 인식되지 않는 민중의 힘을 의미하고, 인물들이 자주 마주하는 거울이나 물은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상징적 장치로 쓰인다. 감독은 인터뷰에서 “모든 전쟁은 내부에서 시작된다”는 말을 남겼는데, 이 메시지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라 할 수 있다. 또한 ‘전란’은 조선이라는 역사적 배경을 차용하고 있으나, 이야기의 대부분은 정치 체제와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다. 각 장면마다 세심하게 배치된 대사와 미장센은 인물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관객으로 하여금 무언의 진실을 느끼게 한다. 특히 후반부의 장면 전환과 음악 사용은 감정적 클라이맥스를 효과적으로 이끌어내며, 많은 관객에게 긴 여운을 남긴다. 줄거리를 따라가다 보면 단순한 역사극 이상의 함의를 발견하게 된다. 시대는 바뀌었어도, 인간이 겪는 갈등과 선택은 반복된다는 주제는 현대 사회에도 충분히 연결되는 메시지다. 이 영화는 전쟁이라는 외적 요소를 이용해 인간 내면의 갈등과 사회적 부조리를 그려낸 점에서 진정한 의미의 ‘명작’이라 부를 수 있다.
줄거리의 완성도, 갈등 구조, 상징과 메시지의 깊이를 종합해 볼 때, ‘전란’은 단지 흥미로운 전쟁 영화가 아니라 감정적, 철학적으로도 관객을 이끄는 서사 중심 작품이다. 시청 후에도 긴 여운을 남기는 이 영화는 분명히 ‘명작’이라 평가받을 자격이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중에서도 특히 줄거리 구성 면에서 우수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